Newsroom

[BEHIND TALK] 왜 뜨는 걸까? 요즘 대세가 된 K-예능의 성공 트렌드

2023.09.20
재생

방송과 유튜브, OTT를 넘나들며 요즘 대세가 된 K-예능. 다채로운 시도와 참신한 감각으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K-예능의 성공 스토리를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의 이야기로 함께 만나보자.

 

 

대한민국 예능의 전성기를 이끈 <무한도전>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하나의 방송 장르로 자리 잡은 ‘예능’. ‘오락’으로 통용되던 기존 프로그램이 예능으로 넘어오면서 개념부터 접근 방식, 소비 방식과 제작 방식까지 전반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13년간 MBC에서 방영된 무한도전이다.

 

2000년대 이전의 오락 프로그램들은 주로 코미디언이 등장해 웃음을 주는 방식이었다. 제작도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게임이나 퀴즈 등으로 진행됐으나 무한도전을 기점으로 스튜디오를 벗어난 야외 예능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재미 요소 또한 웃음에만 포인트가 맞춰져 있던 것에서 감동, 야생, 먹방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통해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러한 제작 환경의 변화로 촬영 장비가 보다 작고 가벼워지면서 공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한 감수성도 점차 변해갔다. 가상의 상황 설정 중심인 스튜디오에서 야외의 현장으로 나가게 되면서 보다 새로운 상황의 연출이 가능해진 것. 리얼한 현장의 재미를 통해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무한도전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예능의 전성기를 이끈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

 

 

 

익숙한 형식에 최신 트렌드를 녹여낸 <뿅뿅 지구오락실>

리얼리티 예능에 캐릭터 쇼와 상황극 등이 더해지면서 리얼 버라이어티로 확대 제작되기 시작한 TV 예능.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예능 프로그램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는 모바일을 통해 가볍게 볼 수 있는 웹 예능의 강세를 꼽을 수 있다. 기존의 예능 시청층과 웹 예능 소비층을 아우르기 위한 예능 PD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신 미디어 환경과 트렌드를 반영해 탄생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최근 시즌 2 방영을 마친 뿅뿅 지구오락실이다.

 

역대 최고 예능 PD로 꼽히는 나영석 PD의 최신작인 뿅뿅 지구오락실은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뭉친 네 명의 용사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치는 새로운 리얼 여행 버라이어티 콘셉트로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서도 1020 세대의 주 시청 경로인 OTT 순위에서 최상단에 위치하며 OTT 채널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것. 그뿐 아니라 2023년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예능 작품 부문에 TV 방영작으로는 유일하게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뿅뿅 지구오락실2>에서 ‘지락이’들로 맹활약 중인 네 명의 출연자 이은지, 미미, 안유진, 이영지

 

뿅뿅 지구오락실의 성공은 익숙한 포맷으로 기존 시청자층을 흡수한 동시에 최신 트렌드 반영에 최적화된 각 출연진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일명 ‘지락이’들로 통하는 네 명의 출연자(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는 예측 불가한 상황으로 제작진을 당황시키며 웹 예능에 익숙한 소비층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일반 시청층에게는 익숙함과 친근함을 줬다. 제작진이 단순 PD의 역할을 넘어 크리에이터로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제작진의 당황스러움 마저 예능 코드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에 못 본 새로운 형식! 웹 예능의 시초가 된 <신서유기>

나영석 PD는 2015년 네이버 캐스트를 통해 웹 예능 신서유기를 공개한 바 있다. 일반 미디어계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들어 인터넷으로 먼저 방영한 첫 사례로, 시즌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을 적용했다. 시즌 1은 네이버 TV로만 공개하고, 시즌 3부터는 정규 편성돼 인터넷 플랫폼을 미방영분이나 편집판 등을 업로드하는 채널로 활용했다.

 

시즌 8까지 진행된 신서유기 시리즈는 당시 자유로운 포맷과 사투리, 인터넷 용어, 이모티콘 등의 신선한 자막으로 2010년대 후반의 웹 예능 체제를 연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당시 웹 예능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대중을 사로잡는 콘텐츠 제작에 탁월한 나영석 PD의 행보가 단순히 우연이 아님을 입증해냈다.

 


▲나영석 PD는 유튜브에서 디지털 예능 채널인 ‘채널 십오야’를 운영하며 다양한 포맷의 웹 예능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겨냥해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

최근에는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을 다른 플랫폼에 공유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방식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을 겨냥한 자체 제작 콘텐츠 또한 점차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 ENM의 디지털 예능 채널 ‘스튜디오 와플’에서 제작한 웹 오리지널 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과 <바퀴 달린 입>이 있다.

 


▲웹 예능의 인기로 CJ ENM의 디지털 예능 채널인 ‘스튜디오 와플’은 현재 14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을 패러디해 만든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은 초저예산 길거리 토크쇼를 표방한 인터뷰식 토크쇼로 웹 예능에 큰 반향을 일으킨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바퀴 달린 입의 경우 엄청난 입담을 가진 출연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 자유롭고 솔직하게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토스쇼로 웹 예능의 특성을 살려 200만 가까이 되는 평균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일반 예능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형식과 신선함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으며, 높은 인기와 화제성을 바탕으로 현재 시즌 3까지 진행됐다.

 

TV 예능의 영향으로 탄생한 웹 예능, 그런데 최근에는 반대로 TV 예능이 대세인 웹 예능을 닮아가는 모양새다. 얼마 전 ENA에서 방영된 <지구마블 세계여행>은 여행 크리에이터 3대장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와 김태호 PD의 만남으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보통 세계여행과 같은 거대 프로젝트는 TV 방송 채널의 아이템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웹 예능 출연자들이 투입돼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 것이 특징이다. 김태호 PD 또한 ‘MBC 간판 PD’에서 이제는 더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여러 포맷을 시도하며 미디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트렌드, 갈수록 중요해지는 ‘리얼리티’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얼리티’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게임과 룰이라는 인위적인 행위를 바탕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던 예능에서 갈수록 ‘리얼리티’가 중요해지고 있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요즘, 콘텐츠 소비자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하다 보니 거짓된 상황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 거짓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TV 방송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좀 더 리얼하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웹 예능에 더 환호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세로 우뚝 선 K-예능. 이제는 로컬의 K-예능이 가지고 있던 색깔들을 글로벌로 확장시켜 전 세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서진이네>의 경우 BTS의 뷔를 비롯해 영화 <더 마블스>의 배우 박서준, <기생충>의 배우 최우식과 같은 글로벌 스타와 잘 기획된 프로그램의 만남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글로벌 스타와 잘 기획된 프로그램의 만남은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여행과 음식 콘텐츠를 결합한 <윤식당>처럼 성공한 장르나 소재의 결합도 K-예능의 히트 비법이 될 수 있다. 각 분야의 K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 지금, 성공한 아이템을 반영한 예능 콘텐츠 개발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여행과 K-푸드를 접목시킨 콘셉트에 글로벌 스타들의 출연으로 현지에서 화제를 모은 <서진이네>

 

다양한 소재와 독창적 연출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K콘텐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요즘 더욱 주목받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공감을 넘어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K-예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BEHIND TALK>은 CJ ENM의 유튜브 채널 <콘썰팅> 콘텐츠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