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는 이제 하나의 현상을 넘어 콘텐츠 시장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넷플릭스 시청시간 기준 한국 콘텐츠가 비영어권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입증했는데요. 이제 K콘텐츠가 글로벌 시청자를 만나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OTT를 통해 여러 국가에 동시 공개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각 국가의 주요 플랫폼과 직접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시청자와 접점을 넓혀가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등 기존의 주요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으로 K콘텐츠의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CJ ENM 역시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인도와 MENA 등 새로운 시장으로 유통망을 확대해가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인도와 손잡고 향후 2년간 총 100여 편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지금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K콘텐츠의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콘텐츠를 선택하는 글로벌 파트너들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으며, 문화와 언어가 다른 시장에서도 통하는 K콘텐츠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글로벌 콘텐츠 유통 최전선에서 K콘텐츠를 알리고 있는 CJ ENM 김도현 콘텐츠유통BU장을 만나 직접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글로벌 OTT는 물론, 지역별 플랫폼과의 파트너십도 확대되고 있는데요. 현장에서 체감하는 글로벌 유통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는 것은 지역별 유통 체계의 다각화입니다. 글로벌 OTT의 중요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인도의 JioStar, ZEE, SONY, 중동 지역의 MBC Shahid처럼 각 국가 및 지역에서 스트리밍 에코시스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로컬 플랫폼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유통 체계를 고도화하여 보다 많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K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OTT와 더불어 리니어 채널로의 진출 또한 중요합니다. CJ ENM은 LATAM 지역의 다양한 시청층 타깃을 위해 2024년부터 남미지역 주요 리니어 채널인 Televisa Univision, TV Azteca, Imagen Television과 딜을 체결하며 지상파에서도 CJ ENM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유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기보다 각 플랫폼의 중요도를 이해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K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해외 파트너사들이 K콘텐츠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나요?
K콘텐츠는 이전과 달리 글로벌 시청자들이 인정하는 하나의 콘텐츠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배우의 캐스팅도 중요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개연성 있는 스토리라인'과 '특색 있는 장르'에 더욱 매료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드라마의 글로벌 신드롬을 개척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더불어, K액션 장르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 획을 구축한 <스터디그룹>, 코미디의 정석을 보여준 <취사병 전설이 되다>, K푸드와 로맨스를 결합하여 웰메이드 드라마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한 <폭군의 셰프>까지, 해외 파트너사들은 글로벌 시청자들의 'Escapism(현실 도피)'을 충족시키면서 현실의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는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를 선호하는 양상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글로벌 마켓에서 특히 관심이 높아진 장르나 포맷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로맨틱 코미디'는 K드라마의 중추 역할을 하며 현재까지도 글로벌 마켓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편, 최근에는 K컬처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장르가 많은 관심을 사고 있습니다. <폭군의 셰프>는 기본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K푸드 요소를 더해 글로벌 시청자들이 시각적·문화적으로 다양한 요소에 매료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며 좋은 선례를 남겼는데요. 이로 인해 글로벌 마켓에서도 특정 장르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특색 있는 장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방영된 <유미의 세포들>의 마지막 시즌은 탄탄한 스토리라인에 개성 있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용해 시장 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친애하는 X>는 탄탄한 연기력을 보유한 배우진과 '피카레스크' 장르를 결합하며 K드라마의 장르 및 포맷의 다양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 피카레스크 장르: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이 범죄·음모·배신 등이 얽힌 세계에서 살아남는 이야기)

💬문화와 언어가 다른 시장에서도 K콘텐츠가 통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콘텐츠를 소개하거나 판매할 때 특별히 고려하는 부분도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력 있는 스토리라인'입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드라마 캐릭터에 본인을 투영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언어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CJ ENM은 자막은 기본, 더빙이 필요한 국가에는 별도 더빙을 제공해 보다 생생한 이야기 전달에 힘쓰고 있습니다. 인도 Prime Video에 서비스되는 작품의 경우 힌디어, 타밀어, 텔레구어로 더빙해 자막과 함께 배포하고 있으며, LATAM 지역 또한 스페인어 및 포르투갈어 더빙을 통해 콘텐츠 스트리밍 편의성 유도에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 MENA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셨는데요. 실제 체감하는 이들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인도와 MENA는 새로운 시장이자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몸소 느꼈습니다. 인도의 경우, 발리우드라는 자체적인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잘 구축되어 있어 K콘텐츠의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는 큰 오산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K콘텐츠 및 K컬처 팬덤이 형성돼 있었으며, K콘텐츠의 매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CJ ENM-Prime Video India 간 계약 체결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MENA 역시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K드라마의 웰메이드 스토리라인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실제 B2C 반응도 크게 나타나고 있어 아주 매력적인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IP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Escapism(현실도피)'을 충족함과 동시에,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특징이 눈에 띕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경우 B급 연출의 코미디성을 유지하면서도 '권선징악'이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서사를 더해 글로벌 시청자들이 악을 벌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고, 넷플릭스 <참교육> 역시 학교 내 부조리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통쾌함을 선사했죠. 또한 <은밀한 감사>는 '불륜을 좇는 사내감사팀'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보다 스릴 있고 카타르시스 있게 연출한 것이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업하면서 느낀 CJ ENM IP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CJ ENM IP의 가장 큰 경쟁력은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도전 정신입니다. CJ ENM은 완성도 높은 서사를 기본으로, 새로운 소재와 장르를 적극 시도하면서 K콘텐츠의 폭을 넓혀왔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내일도 출근>과 같은 로맨스 드라마부터 <유미의 세포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은밀한 감사>, <우주를 줄게>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들을 선보이며 글로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요. 이처럼 익숙한 틀에 갇히지 않고 K콘텐츠의 스펙트럼 자체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는 것이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CJ ENM만의 차별화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CJ ENM 라인업 중 글로벌 시장에서 특히 기대하고 있는 IP가 있다면요? 해외 파트너들의 사전 반응이나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 있을까요?
<100일의 거짓말>과 <기프트>가 특히 기대되는 IP입니다. <100일의 거짓말>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력 향연과 견고한 스토리라인, 드라마틱한 연출이 시너지를 이루며 올 하반기 가장 기대감이 높은 작품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공개 전부터 글로벌 파트너들의 관심도 집중됐는데요. 한국적인 시대적 배경과 장르적 재미를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기프트>는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 전직 프로야구 코치가 전국 꼴찌 고교 야구부를 이끄는 과정을 그린 성장 스포츠물로, 스포츠와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정서에 김우빈의 복귀작이라는 화제성까지 더해져 해외에서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올 하반기에도 해외 파트너들과의 다각화된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